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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LIFE/인물

20세기 대표적인 사진작가 -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C.B)

by off_fic 2021. 1. 1.

앙리 까르띠에-브레송

작가에 대해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1908 ~ 2004)

 

1952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이제까지 찍어 온 사진들을 추려서 한 권의 사진집으로 묶어 펴낸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이름의 이 사진집은 앙리 마티스가 손수 장정을 맡은 매우 호화로운 사진집이었다. 오늘날 이 사진집은 소형 카메라에 의한 캔디드 사진의 결정판으로, '결정적 순간'이란 비단 그의 사진집 이름일 뿐만 아니라 캔디드 사진미학의 용어로 통할만큼 사진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여느 사진가들이 사진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를 소형과 중형 그리고 대형들을 두루 갖추고 그 밖에 여러 사진 기재들을 총동원하는 것과는 달리, 오직 일생 동안 소형 카메라만을 사용하여 소형 카메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진미학을 이룩하였다. 그의 사진집이 캔디드 사진의 성전이라고까지 높이 평가되는 것은, 소형 카메라의 전문적인 사용만이 아니라 남다른 다큐멘터리 사진의 추구에 있다. 모두가 신문이나 잡지사의 편집자가 지시하는 대로 충실하게 찍는 하수인의 신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그는 오직 사적인 자기감정에 충실한 자기 사진만을 고집한 것이었다. 그가 이룩한 사진의 업적은 사진사에서 한 시대의 역사적 과업의 완성이었다. 즉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대형 카메라의 시대가 가고 소형 카메라의 시대가 열리면서 캔디드 사진이 유행하는데 따르는 사진의 시대적 과제를 까르띠에-브레송은 완벽하게 이룩한 것이다.

 

까르띠에-브레송은 이 한계조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대상을 밖으로부터 관찰하는 종래의 인식론적 입장을 벗어나서, 자기 자신마저 대상 속에 포함시켜 대상 안에서의 직관을 통해 생명적인 본질을 파악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 자신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대상과는 내적 생명의 동질적인 전체로 공감하였던 것이다. 까르띠에-브레송의 사진에서 대상을 인식하는 입장이 특이한 것은 대상의 본질에 대한 견해이다. 그는 모든 대상의 궁극적인 실재는 생명력이라고 보았다. 그러니까 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변화의 배후에는 어떤 불변하는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것의 실재는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세계의 본체를 물질적이거나 관념론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식으로 보는 견해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에 의한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는 20년대를 대표하는 일파들처럼 대상의 본질을 시각적인 조형원리로 파악하려는 입장과는 달리했으며, 광학적인 냉철한 시각으로 대상의 본체를 철저하게 객관화하려는 즉물 주의자들과도 대상에 대한 접근방식이 달랐다. 생명력은 물질적인 것과는 달리 끊임없이 생성하고 약동하는 지속적인 것이다. 그래서 그의 생명적인 직관은 지속의 직관으로, 영원한 과정으로서의 지속을 카메라에 담으려 하였다. 생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으로서 지속은 다름 아닌 의식의 흐름이다. 그것은 생명력이 정신적인 의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현상이란 의식의 흐름으로서의 지속적인 과정인 것이다. 결국 까르띠에-브레송이 대상의 내면 속으로 파고 들어가서 직관을 통해 경험하는 본질 파악이란, 바로 의식의 흐름 속에 잠겨서 그 흐름의 맥과 일치하는 생명적인 공감인 것이다. 이때 엄연한 현실로서의 대상을 파고든 내면이란 어디까지나 사회성이나 윤리성이 배제된 순수한 생명의 질로 파악했기 때문에,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적 현실성이나 도덕적인 어조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모든 보도사진가들이 특이한 사건을 사회의 전면에서 접근해 들어가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촬영하였다. 1938년 영국의 조지 6세 대관식을 촬영하러 갔을 때에 그는 그 행사의 중심을 이루는 식전행사를 전혀 찍지 않고, 구경나온 서민들의 모습만을 찍은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렇게 그는 일상적인 대상만을 골라서 찍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공개행사나 사회적 사건 등 일신상  심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일체 배제하고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는 대상만을 찍었다. 그는 언제나 뒷전으로 돌면서 아늑하고 쾌적하며 편안하게 느껴지는 대상들을 마주쳤을 때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의 주제는 격앙된 감정이나 극적인 상황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언제나 똑같은 평범한 내용들뿐이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촬영여행을 했는데, 어느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든 민족적 특징이나 국가마다의 고유한 지역적 색채가 전혀 풍기지 않고 거의 똑같이 일상적 상황만이 공통되게 처리되었다. 그는 어느 때 어느 곳을 대상으로 삼든지 항상 동일하게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적 상황만을 찍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서는 찍힌 대상들의 개별적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오직 일상적 상황만이 한결같이 부각되어 있을 뿐이다. 이 점이 까르띠에-브레송의 사진미학에서 주목되는 특징의 하나이다. 그러니까 그의 사진에서 주제는 언제나 일상적 상황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이 주제에 대한 접근방식은 자아와 대상의 관계를 분리해서 다루지 않고, 앞서 밝힌 대로 일상적 상황 속으로 잠겨 들어가서 대상의 내면에서 직접 경험을 통한 생명적 리얼리티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이것은 마치 물고기가 어항 속에 잠겨서 온 몸으로 수심을 느끼듯 일상적 상황 속에서 어우러지는 생활감정을 느끼려는 것이었다. 이 경우에 파악되는 생활감정은 인간의 소박하고 사소한 행복감이나 평범한 가운데 맛볼 수 있는 삶의 진실 등이다.

 

그의 소형 카메라에 의한 캔디드사진은 흔히 말하는 일상적 상황을 생생하게 포착한 것이다. 캔디드 사진이란 사전적인 풀이로는 "찍히는 사람이 눈치재지 않게 자연스러운 그대로의 생생한 현상을 포착한 사진"을 말한다. 그런데 그의 사진이 포착한 생생한 현실상황이란 생명력의 지속성으로서, 의식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 나타나는 주인공들의 동작은 단순한 움직임으로 포착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이라는 대단원의 생명현상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 점이 다른 사진가들과 구별되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결정적 순간'이란 엄밀히 말해서 의식의 흐름이 하나로서의 전체로 통합되는 일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화면 속에 나타나는 인물마다의 움직임은 의식의 흐름이라는 생명적인 지속 현상인데, 이것이 시공간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시점이 바로 결정적 순간인 것이다. 그가 대상에 접근하는 주된 사진적인 목적은 시공간적 일치 속에 자신의 생명적 일치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대상의 내면으로 잠겨 들어가서 생명력을 직접 경험하는 직관적 파악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 컬렉션

(출처 :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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