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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LIFE/인물

20세기 대표적인 사진작가 - 빌 브란트(bill brandt)

by off_fic 2021. 1. 18.

빌 브란트

 

작가에 대해서

"빌 브란트" (1904 ~ 1983)

 

빌 브란트는 1905년 영국 런던에서 러시아계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거의 독일에서 보낸 그는 젊은 시절 한때 스위스 요양원에서 정양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에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되어, 건강을 회복하자 곧바로 스위스의 어느 영업 사진관 조수로 들어갔다. 1929년 파리로 간 그는 만 레이 문하에 들어가 사진에 본격적인 입문을 하였다. 이 무렵 파리의 예술계에는 초현실주의가 한창 휩쓸고 있었다. 그래서 파리의 예술인들이 모이면 화제가 온통 이 문제에 쏠렸다. 1931년 브란트는 그동안 대륙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진가로서 본격적인 자립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이로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까지 약 10년 동안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다. 30년대 영국 사회의 계층 간의 갈등이나 일상적인 삶의 명암을 런던 시내뿐만 아니라 영국의 북쪽 산업지대까지 파고들어가 기록하였다. 1938년에는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파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정부의 위촉으로 독일군의 폭격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런던 시민의 전시 생활을 찍었다. 

이 작업은 1951년 사진집[리터러리 브리튼]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50년대로 접어들어서는 화가나 문인 등의 예술가 인물사진을 주로 찍었으며, 1961년에는 종전 후부터 줄곧 찍어 온 여인의 누드사진을 한데 묶어 [누드의 원근법]라는 사진집을 펴냈다. 빌 브란트의 사진 세계는 동시대의 사진가들과는 전혀 다르게 주관적이고 개성이 강렬하다.

그는 보도사진가로서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일관성 있게 찍었는데, 사실성과 객관성을 중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극단적이라고 할 만큼 주관적이고 개성적으로 추구하였다.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전후에 등장한 영상사진가들의 사회적 다큐멘터리 사진을 방불케 하는 참신한 개성을 띠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사진은 대부분의 사진가들이 보도사진의 테두리를 맴돌고 있을 때 이를 새롭게 극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빌 브란트가 사진계에 등장한 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일련의 작업들을 훑어보면, 그의 사진세계가 연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더욱 신비적이고 환상적으로 심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신비적인 개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특히 50년대 예술가들의 인물사진 시리즈에서부터 초현실주의적인 경향이 더욱 농후해지면서 61년에 펴낸 누드사진집에서는 그의 신비적 개성이 완전히 개화된다. 그러므로 [누드의 원근법]는 그의 대표 사진집인 동시에 그의 사진적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 사진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진집은 영어와 불어판 두 가지로 나왔는데, 편집구성은 찍은 연대순에 따라 6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는 빅토리아 왕조풍의 실내에서 찍은 비교적 전통적 수법의 누드이고, 제2부는 장소는 실내이면서 원근법의 과장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며, 제3부는 실내의 상황 묘사를 배제하고 누드의 부분적인 확대 묘사를 시도했다. 제4부는 이제까지의 방향과 바꾸어 바닷가에서의 누드촬영이고, 제5부는 다시 실내로 돌아와 누드를 찍었다. 이번에는 실내이지만 이제까지의 고전적 분위기가 아니고 추상적인 그림이 걸려 있는 현대적인 것이다. 제6부에서는 다시 야외로 모델을 이동시키고 있는데, 원근법의 강조와 대담한 클로즈업의 접근으로 환상적인 효과를 한껏 살리고 있다. 

그가 누드사진의 초감각적 실험작업을 하게 된 것은, 50년 경 런던의 어느 중고 카메라 상점에서 사진 발명 당시에 사용되던 카메라 옵스큐라를 방불케 하는 코닥 회사 제품인 낡은 대형 카메라를 사면서부터였다. 이 사진기는 셔터가 없고 렌즈 덮개를 벗겼다가 씌워서 노광 조절을 하는 아주 구식 기계였다. 렌즈는 바늘구멍 크기의 구멍이 뚫린 고정 초점의 초광각렌즈로 무한대까지 초점이 맞는 것이었다. 그는 고감도 필름을 써서 여러모로 실험을 해보았다. 

렌즈의 밝기가 워낙 어두워 노광시간이 30초에서 3분 이상이나 걸렸다. 그러나 구멍 크기의 이러한 불편이 한편으로는 보통 카메라와는 또 다른 특성을 지니게 끔 해 주었다. 조리개 구멍이 작아서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정밀하게 묘사되었으며, 초광각렌즈의 과장된 원근감과 극단적인 이미지의 왜곡이 초현실적인 특수한 표현 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 낡은 기계의 시작이야말로 그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었던 신비적인 마음의 눈과 일치하는 초현실주의의 눈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까지 무의식의 심층 속에 떠돌고 있었던 신비적인 의식의 예술적 충동이 초광각렌즈의 환상적 시각을 통해 비로소 심리적 일치에 도달한 것이다. 일찍이 만 레이 "비밀이란 공공연하게 공개되어있다. 다만 남은 문제는 사람들의 눈을 훈련시켜서 자유자재로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기만 하면 된다." 고 하였다. 알고 보면 모든 대상은 신비스런 비밀을 저마다 깊숙이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보이지 않는 까닭은 만 레이의 말처럼 비밀이 숨겨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우리의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빌 브란트는 사진가로서의 자기 입장을 다음과 같이 표명한 적이 있다. "사진가에게는 보통사람들보다 집중해서 본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마치 어린이나 호은 미지의 나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여행자와 같은 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언제나 대상을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새삼스런 놀라움에 사로잡히지 않고는 좋은 작품을 창조할 수 없다." 일상적인 현실 속에 잠겨 있는 비밀은 깨어 있는 눈에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경이로운 발견은 육안에 의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만 가능하다.

 

빌 브란트의 사진 컬렉션

(출처 : www.billbrand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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